서울대 정시에서 교과평가
한때 유행했던 말 중에 ‘답정너’라는 말이 있다.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답만 하면 돼.'의 줄임말인데 화자가 정한 말에 청자가 대답하도록 유도하거나 강요하는 화법, 또는 이 화법을 구사하는 화자를 의미한다. 입시상담을 하다 보면, 가끔 이런 답정너 학부모님을 만날 때가 있다. 주로 화자 역할을 하는 필자에게 청자 역할이 강요되는 것은 여간 곤욕스러운 일이 아니지만 부모님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을 알기에 필자의 생각과 다르더라도 기본적인 자료의 전달에서 그치는 상담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전 정부에서 2025년 특목 자사고를 일반고로 강제 전환시킨다고 해서 자녀의 특목 자사고 진학에 대해 관심이 없었는데, 현 정부에서 특목 자사고 일반고 전환을 백지화하겠다고 공약을 하자, 부랴부랴 여기저기 입시설명회를 다니시면서 많은 정보를 얻으러 다니시는 분이셨다. 어머님이 듣고 싶어하는 말은 앞으로 서울대 정시에서 교과 학업성적을 반영하니까, 내신 경쟁이 심한 특목 자사고보다는 일반고 진학이 맞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맞는 이야기일까? 일단 발표된 내용만을 가지고 정리해 보자.
올해 도입한 정시 지균 교과 평가에서는 학생부의 교과학습발달상황만을 평가한다. 정시 선발인원이 증가함에 따라 수능 위주 전형에서도 고교 학업 충실도를 반영해 해당 모집 단위에서 학습할 수 있는 소양을 확인하고 정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도 고교 생활에 충실히 임할 것을 권장하는 취지로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교과 이수 현황, 교과 학업성적,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보며, 모집단위 관련 학문 분야에 필요한 교과 이수,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평가한다.
평가 방법은 과목 이수 내용, 교과 성취도, 교과 학업수행의 3개 항목으로 구분된다. 과목 이수 내용으로 교과 이수 현황을 토대로 진로/적성에 따른 선택과목 이수 내용을 확인한다. 공대의 경우 수학 과학 이수 현황을 파악하고, 경제학부의 경우 수학 사회 교과의 이수 현황을 고려해 평가하는 식이다. 교과 성취도로는 교과 학업성적을 토대로 기초 교과 영역과 모집단위 관련 교과 성취도의 우수성을 평가한다. 과목 수준과 수강자 수, 원점수, 평균, 표준편차, 성취도별 분포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교과 학업수행을 평가하기 위해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토대로 수업 활동에서 나타나는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본다.
각 항목의 평가등급은 A B C로 구분한다. 2명의 평가자가 독립적으로 평가한 후 등급 조합에 따라 점수를 부여한다. A는 과목 이수 내역이나 교과 성취도, 수업 성취도가 모두 고르게 우수할 경우 부여한다. 교과 등급만으로 학생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학업태도도 고려해 종합적으로 평가한다. 반대로 C는 고교 생활을 충실히 하지 않았다고 판단되는 경우이며, B는 일반적인 정도의 학업 수행 능력일 경우다.
행간을 잘 읽어야 한다. 교과 성취도를 반영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교과 등급만으로 학생의 우수성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토대로 학업수행의 충실도를 본다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그리고 평가등급이 3단계인 점도 중요하다. 즉, 정시에서 교과성적이 합불에 영향을 줄 수 있느냐 없느냐는 것이다. (2023년 교과 반영 전단계로 2022년 시행된 교과 이수 가산점제는 수능 성적에 최대 2점을 부여했다.)
결론은, 서울대가 교과 반영을 택한 이유는 내신 등급보다도 학교생활의 충실도를 평가하기 위해서였다는 것이다.
*출처: 피아이어학원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