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2023학년 학종 안내 책자
96년쯤으로 기억한다. 수능 초기부터 수능의 올바른 방향성을 세우기 위해 개발 위원 및 출제 위원으로 고생하셨던 노교수님이 계셨다. 매해 수능 출제 위원으로 위촉되시는 분이셨기에, 그 해에도 2학기 강의는 시작과 동시에 휴강이 되었다. 휴강 및 과제 안내를 하시면서 교수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단순 문제풀이식 학력고사 문제가 아니라 논리사고력을 측정하는 수능 문제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고, 이제 그 결실을 이뤘다고 생각한다. 올해가 수능 출제위원은 마지막이다.”
조금은 뜬금없는 이야기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서울대가 발간한 학종 안내 책자를(서울대 입학본부 홈페이지에서 다운로드) 읽다 보면 항상 그 교수님 생각이 난다. 입시 위주의 교육에서 벗어나 ‘학교 안에서 교육과정을 충실히 이수하면서 자신의 과거를 성찰하고 미래에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현재를 만들어 가는 학생’을 뽑겠다는 서울대의 의지와 노력, 그리고 자부심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서울대는 2020년까지 학종으로 78.5%(정시 21.5%)를 선발했다. 이는 서울대가 지향하는 인재상이 ‘이미 완성된 인재가 아니라, 장차 훌륭한 인재로 성장할 가능성을 지닌 학생’이라는 것을 보여준다. 즉 단순히 수능 몇 점 또는 내신 몇 점의 점수만으로 파악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학종 선발 비율이 전정부의 정시 확대 압박에 의해 60%(정시 40%)로 축소됐지만, 정시에 지균을 신설하고 교과평가를 도입하는 것에서 시류나 권력에 흔들리지 않는 서울대의 고집이 느껴진다.
서울대는 학종의 서류평가에서 학업능력, 학업태도, 학업 외 소양을 평가한다.
학업능력은 폭넓은 지식을 깊이 있게 갖추고 활용할 수 있는 학생인지 확인하는 항목으로 여기에서는 주어진 여건에서 교과 및 학업 관련 활동의 성취 수준과 논리적 사고력, 과제 수행능력 등의 역량을 평가한다.
학업태도는 스스로 알고자 하며 적극적으로 배우고자 하는 학생인지 묻는다. 자기주도적 학습 경험에서 나타나는 지적 호기심과 탐구 의지, 깊이 있는 배움에 대한 열의, 학업 수행 과정에서의 적극성 및 진취성, 진로 탐색의지 등의 학업소양을 평가한다.
학업 외 소양은 바른 인성과 공동체 의식을 지니고 나눔을 실천할 수 있는 학생인지를 본다. 학교생활을 통해 드러난 개인의 품성뿐만 아니라 리더십, 공동체 의식, 책임감,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기여 가능성 등을 평가한다.
학종 안내 책자에 나와 있는 평가 기준과 서울대 웹진 아로리의 ‘나도 입학 사정관’ 항목의 구체적인 내용들을 참고하면, 고교 생활을 통해 위의 항목들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구체적인 로드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여러 대학의 비슷비슷한 가이드북 속에서 서울대 안내 책자의 ‘제공되는 교육자원이 부족하고 선택의 기회도 충분히 주어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걱정하지 말고 교과서와 수업 내용을 바탕으로 더 깊이 있게 공부하라’라는 문장이 가슴에 남는다. 진로 선택을 위한 과목이 충분히 개설되고 원하는 분야를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특목 자사고와 달리, 모든 것이 부족해 보이는 환경이라 할지라도 배움을 즐기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학생은 놓치지 않겠다는 서울대의 약속을 믿고 싶기 때문이다.
- PEAI 입시상담실 모용상 중등부원장 -
*출처: 피아이어학원 홈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