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니야 연대기>의 저자이자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철학 및 문학을 가르쳤으며, 21세기 최고의 '기독교 변증론자'라고 평가받는 C.S. 루이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소설 '스크루테이프의 편지(The Screwtape Letters)'가 있습니다.
<The Screwtape Letters>
소설의 내용은 지옥의 '고위 악마'인 스크루테이프가 조카 악마 웜우드에게 인간을 타락시키는 방법을 31통의 편지로 조언하는 풍자적 소설입니다.
스크루테이프는 인간이 하나님을 믿지 못하도록 만들고, 기도와 도덕적 결정을 흐트러뜨리며, 교만, 게으름, 두려움 등에 빠지게 만드는 다양한 유혹 전략을 조카 웜우드에게 제시합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러한 유혹에도 불구하고 점차 신앙과 도덕성을 지켜 나가며 성장합니다.
결국 웜우드는 인간을 타락시키는 데 실패하고, 인간은 구원을 받습니다. 그 결과 웜우드는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옥에서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의 소설입니다.
C.S. 루이스의 인간의 본성과 유혹의 본질에 관한 탁월한 통찰과 이해를 드러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만약에 악마가
우리 아이들의 공부를
방해하려는 전략을 세운다면?
오늘날 스크루테이프와 그의 조카 웜우드가 아이들이 공부하지 못하도록 방해한다면, 그 방식은 아마도 다음과 같은 전략으로 나타나지 않을까 합니다.
1. 즉각적 쾌락 중독 만들기
- 공부보다 재미있는 자극(게임, 영상, SNS)을 끊임없이 제공
- 짧은 영상에 몰입하게 만들어 긴 글, 집중, 인내를 파괴
- “나중에 해도 돼”라는 YouTube 알고리즘형 사고를 세뇌
즉각 보상이 지연 보상을 이기는 순간,
공부는 무너지기 마련이다.
2. 모르는 것을 모르게 만들기
- 학생이 뭘 모르는지 인식하지 못하게 만들기
- 틀린 문제를 그냥 넘기게 만들기
- “대충 알겠어”라는 착각에 빠지게 하기
공부가 무너질 때 가장 무서운 것은
무지가 아니라 무지의 무지다.
3. “시간=공부”라는 착각 심어주기
- 책상 앞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공부라고 믿게 하기
- 책만 펼쳐도 “오늘 열심히 했다"라는 만족감 심어주기
- 뇌가 실제로 공부하지 않아도 ‘노력한 척’ 하게 만들기
노력의 착시는
학습의 가장 악랄한 적이다.
4. 외부 탓을 하도록 길들이기
- 시험이 어려웠어
- 학원이 못 가르쳐
- 과목이 재미없어
- 선생님이 이상해
- 운이 나빴어
책임을 외부로 돌리는 순간,
성장은 끝이다.
5. 자기 기준 없이 살게 만들기
- 목표는 없지만 스트레스는 많게 유도
- 남과 비교하게 만들고, 그러나 따라잡으려 노력은 하지 않게 만들기
성적은 타인이 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드는 것이다.
6. 한없이 가벼운 마음 만들기
- 즉흥적으로 행동하게 만들기
- 상황이 바뀌면 쉽게 계획과 약속을 무시하기
- 어려우면 포기하고, 부담되면 내려놓고
- 쉽게 기뻐하고, 쉽게 좌절하고
- 지속 가능한 학습을 불가능하게
(학생들 학습에 있어 가장 <치명적인> 악마의 전략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공부는 마음에서 시작한다.
7. 쉬운 것만 반복하게 하기
- 익숙한 문제만 다시 풀기
- 틀린 문제는 건너뛰기
- 속도만 빠르게 만들기
뇌는 “편안함”에는
단 한 톨의 미엘린도 쌓지 않는다.
8. 거짓 성과를 주기
- 쉬운 문제로 점수 올려주기
- 시험문제 난이도 낮추기
- 태도나 과정보다 결과 위주로 칭찬하기
- '너는 머리가 좋아서 조금만 노력해도 금방 잘하잖아'와 같은 노력 기피형 학생 만들기
가짜 성취는 진짜 실패를 늦춘다.
9. “나중에”라는 말 하게 하기
- 오늘은 피곤하니까
- 주말에 몰아서 하자
- 내일부터 진짜 제대로
- 방학 때 가서, 고등학교 가서
- 시험 끝나면 그때부터
미루는 자에게 미래는 없다.
10. 관계를 갈라놓기
- 선생을 믿지 못하게 만들고
- 부모와 갈등하게 만들고
- 노력과 결과 사이를 단절시키기
교육은 관계가 쌓여 가는 과정이다.
관계를 무너뜨리면, 공부는 저절로 무너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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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루테이프와 그의 조카 웜우드가 우리 아이들의 공부를 무너뜨리려 한다면, 아마도 이런 방식으로 접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몇 자 적어보았습니다.
이 글을 가볍게 재미로 읽으실 수도 있겠지만, 현장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으로서는 이 가상의 ‘악마의 전략’이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부모와 선생님은 어떻게 아이의 학습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악마의 핵심 전략은 '느슨함과 착각하게 만들기'입니다. 악마는 학생을 놀게 하거나 무식하게 만들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그건 금방 눈치채고 고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악마는 학생이 눈에 띄게 부족한 존재가 되기를 바라지도 않습니다. 겉으로는 무난해 보이게 만들고, 실제로는 발전하지 못하는 존재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교육자의 전략은 그 반대여야 합니다."
어른은 즉각적 보상보다 지연된 보상을 설계하고, 실수를 정확히 인식하게 하며, 공부에 들인 시간보다 배운 내용을 실제로 이해하고 적용가능한 지 여부로 학습을 판단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스스로 배움을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지원하고,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힘을 기르며, 배움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어야 할 것입니다.
이미 바람직한 공부 습관을 갖춘 학생이라면, 지금의 방식을 조금 더 견고하게 다듬어 가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학습의 방향이 명확하지 않은 학생이라면, 지금의 상태를 차분히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권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