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잘못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 한 학생의 사례를 통해, 우리 아이의 영어 공부가 지금 어떤 모습인지 한 번 점검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려고 합니다.
A는 대치동 중학교 2학년 남학생입니다.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은 아니지만, 학원은 꾸준히 다닐 정도의 성실함은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친구들처럼 주 3회 수학, 주 2회 영어, 주 1회 국어, 주 1회 과학 등 주말까지 나름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중상위권 수준입니다. 공부를 잘하고 싶은 욕심은 있지만 막상 공부를 시작하면 힘들어 쉽게 지치는 편이라 상위권 진입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지금부터 A가 평소 어떤 식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A는 수학 과제가 많은 편입니다. 전체 학습 시간의 절반 이상을 수학 공부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수학 실력도 썩 좋은 편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아직 의지도 약하고 공부에 대한 진지한 태도 또한 갖추지 못해 공부 자체가 늘 힘들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지금처럼 열심히 쫓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좋아지겠지”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수학 학원을 다녀와 집에 들어오니 시간은 밤 10시 15분입니다. 내일 영어학원 수업이 있는데 아직 과제를 하나도 하지 못했습니다. 집에 들어와 어머니가 차려주신 음식을 간단히 먹고 잠시 쉬다가, 영어 숙제를 하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못 이겨 11시가 넘어 겨우 책상에 앉습니다.
이미 수업을 듣고 온 후라 몸은 지칠 대로 지쳐 있습니다. 피곤하고 졸립니다. 영어 과제를 하려니 짜증이 납니다. 숙제를 하지 않자니 내일 선생님에게 혼나거나 재시험에 걸려 학원에 늦게까지 남아 있어야 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숙제를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에 펜을 듭니다.
영단어는 100개를 외워야 합니다. 풀어야 할 문법 과제도 꽤 많습니다. 무엇보다 고등 모의고사 독해 문제를 20문제나 풀어야 합니다.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제대로 공부하고 정리한다면 새벽까지 공부해도 쉽지 않아 보입니다.
A는 완성도보다는 속도를 선택합니다. 인지보다 본능이 먼저 작동합니다.
단어는 발음은커녕 예문을 읽을 시간도 없습니다. 영어 철자와 한글 뜻 가운데 외우기 쉬운 뜻 하나만 매칭시키며 빠르게 넘어갑니다. 시간을 오래 쓸 수 없습니다. 문법 숙제와 독해 숙제까지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10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눈으로 대충 훑어본 뒤, 내일 학교에서 외우겠다는 당돌한 계획을 세웁니다.
이제 문법으로 넘어갑니다.
문법 과제는 분사 파트입니다. 교재 앞부분에는 분사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고, 지난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 주신 내용을 받아 적은 필기도 보입니다. 하지만 지난 수업 이후 교재를 다시 펼쳐본 적이 없어 무엇을 배웠는지 가물가물합니다.
그래도 지체할 시간이 없습니다. 책의 설명이나 선생님의 필기는 건너뜁니다. 시간이 걸리는 과정은 모두 패스합니다. 바로 문제풀이로 넘어갑니다.
채점을 해보니 꽤 많이 틀렸습니다. 해설지를 보고 틀린 문제에 나름대로 정리를 합니다. 이렇게 공부한 흔적을 남겨야 선생님이 숙제 검사 때 문제 삼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후다닥 풀어버렸지만 문제를 풀고 오답 정리를 하니 왠지 공부를 한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이제 독해 모의고사로 넘어갑니다.
어휘와 문법 숙제를 최대한 빨리 해치웠지만 시계는 벌써 12시를 가리키고 있습니다. 몸은 이미 지쳐 있고 졸립니다. 독해도 최대한 빨리 풀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문제를 최대한 빠른 속도로 풀어갑니다. 지문을 제대로 읽을 시간은 없습니다. ‘대략 이런 내용이겠지’ 하는 느낌으로 답을 체크합니다. 총 25분이 걸렸습니다. 나름 만족스러운 시간입니다. 순식간에 찍어버린 것은 아니니 죄책감도 없고, 또 시간을 많이 쓰지도 않았으니 스스로 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채점을 해보니 의외로 15문제나 맞았습니다. 이렇게 대충 풀었는데도 이 정도라면 ‘내 영어 실력이 나쁘지는 않네’라며 스스로를 대견해합니다.
답만 체크해 가면 선생님이 이것저것 확인할 수도 있으니 지문마다 공부한 흔적이 남도록 단어 몇 개씩을 빠르게 체크해 둡니다. 독해에 들인 시간은 총 25분 남짓입니다.
이제 영어 숙제를 마쳤다는 안도감에 침대에 눕습니다. 핸드폰을 보며 힘든 하루를 달랩니다. 숙제를 하는 시간은 아깝지만, 핸드폰을 보는 시간은 하루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한 시간을 훌쩍 넘게 이것저것 보다 잠이 듭니다.
지금까지 가상의 학생 A의 사례를 통해 요즘 대치동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에게서 나타나는 집에서의 공부 모습을 하나의 사례로 그려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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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학생이 스스로 공부한 시간뿐 아니라 학교나 학원 수업 시간에 이루어지는 공부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수업 시간에 온전히 집중했는지, 아니면 머릿속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고 있었는지도 말입니다. 만약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은 물론 학교나 학원 수업에서도 제대로 집중하지 않았다면, 아이의 학습에는 결손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학교나 학원에서의 공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따로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위에서 A라는 가상의 학생 사례로 말씀드렸습니다만, 사실은 제가 대치동 한복판에서 매일 상담과 수업을 통해 가장 자주 접하는 요즘 아이들의 영어 학습 모습을 나름 생생하게 묘사한 것입니다.
학부모님들이 아이들의 공부 과정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교재를 열어보고 겉으로 드러난 결과는 확인할 수 있겠지만, 그 공부가 과연 제대로 된 학습 과정을 거쳤는지는 별도의 정밀한 확인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부분은 실제로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한 클래스에 여러 학생이 함께 있는 수업에서는 강사 역시 학부모와 비슷한 한계를 가질 수 있습니다.
학부모님이 학원 테스트나 학교 성적을 통해 아이 공부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더라도, 그 공부를 어떤 방향으로 바로잡아야 할지 막막한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의지할 수 있는 방법은 좋다고 평가받는 학원이나 선생님의 정보를 수소문해 그 수업에 등록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A와 같은 유형의 학생들은 단순히 인기 강사의 수업이나 완성도 높은 교재만으로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대치동에서 유명한 학원이나 선생님의 수업을 듣게 되더라도, 공부를 대하는 태도와 학습 습관이 갖춰져 있지 않다면 수업의 효과를 제대로 얻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A와 같은 학생들은 아직 ‘제대로 공부하는 방법’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단순히 좋은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는 아이의 공부가 크게 달라지기 어렵습니다. 결국 아이의 공부 방식 자체를 바꿔 줄 수 있는 수업을 찾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런 수업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공부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이의 태도나 마인드를 바꾸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단순한 훈육이나 잔소리, 혹은 감동적인 말 몇 마디로 쉽게 해결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그런 방식만으로는 아이의 공부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데 큰 힘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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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가상의 학생 A의 사례를 통해 요즘 대치동 아이들 가운데 상당수에게서 나타나는 집에서의 공부 모습을 하나의 사례로 그려보았습니다.
겉으로 보면 아이들은 분명히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학원도 다니고 숙제도 합니다. 하지만 그 공부가 실제로 실력으로 이어지는 공부인지, 아니면 단순히 과제를 처리하는 수준의 공부인지에 대해서는 한 번쯤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공부 방식이 반복되는 데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습니다. 아이의 공부를 실제로 바꾸기 위해서는 단순히 학습량을 늘리는 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아이가 실제로 어떻게 공부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바로잡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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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에서는 학원에서 실제로 학생들의 공부 과정을 어떻게 점검하고, 어떤 방식의 수업을 통해 공부가 변화하게 되는지 사례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